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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여운을 주는 어른들의 멜로

by 눈부시게 2023. 1. 24.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영화입니다. 여태껏 나왔던 그의 영화는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어른들의 멜로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내, 헤어질 결심

 

산에서 한 남자가 떨어져 죽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의 배낭과 물건 모두 그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는 것을 형사 해준이 발견합니다. 해준은 핸드폰 바탕화면에 있는 예쁜 여자, 죽은 사람의 아내인 중국인 송서래를 만나게 됩니다. 서래는 간호사 출신으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말이 서툴다며 어눌하게 한국말을 쓰는 그녀는 심문 도중 이상한 행동들을 합니다. 남편이 죽어도 놀라지 않고 피식거리는 등 어딘지 의심스럽습니다. 

해준은 서래를 잠복수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형사로서 피의자를 관찰한다기보다, 영화에서는 점점 서래에게 빠져드는 해준을 볼 수 있습니다. 몰래 서래를 관찰하며 녹음을 하는 도중, 그녀와 밀착해 있는 장면으로 전환되어 곁에서 보고 있는 해준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것은 형사로서 피의자를 보는 것이 아닌 남자로서 서래를 관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점점 서래에게 빠져든 해준은 급기야 범인이 그녀인 걸 알면서도 잡지 못 하게 됩니다. 해준은 서래에게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 핸드폰을 바다에 빠뜨려 아무도 찾지 못하게 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해준은 서래와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영화는 상황, 분위기 등을 두 단락으로 나뉘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또 한 번의 살인 사건. 여기서 해준과 서래는 다시 한번 형사와 피의자로 만나게 됩니다. 자신 앞에 다시 서래가 나타난 것을 이해할 수 없던 해준은 그녀에게 이곳에 왜 왔냐고 묻습니다. 서래는 해준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다 말합니다. 지난번, 해준에게는 이미 끝난 사랑이지만 그 순간 서래의 사랑은 시작됐던 것입니다. 어차피 둘은 이어질 수 없으니, 해준의 미결 사건이 되어 그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고 싶은 것입니다.

 

깊은 여운, 어른들의 멜로

베드신이 하나도 없는데도 이 영화는 어른들의 멜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래와 해준이 주고받는 눈빛 하나하나에 감정의 교류가 진하게 나타납니다. 사실 둘의 관계는 사회적으로 적절한 관계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끌림을 이해하게 됩니다. 

하나의 영화를 크게 두 단락으로 나뉜 것 같은 영화는 곳곳에서도 대비되는 장치를 많이 해놓았습니다. 형사와 피의자, 구소산과 호미산 등. 절대 이어져서는 안 되는 형사와 피의자는 미행, 잠복근무, 수사의 진행상황 앞에 놓이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연애 과정이라고 박찬욱 감독은 말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서래를 지켜보는 해준의 모습은 결코 형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녀를 지켜볼수록 점점 빠져들어, 마침내 그녀가 범인이 아닐 거라는 확신을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폰은 바다에 버려요. 아무도 못 찾게 깊은 바다에 버려요."

이미 마음을 준 여자라 해준은 결정적 증거를 찾고도 서래를 잡지 못하게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처음 남자가 헤어질 결심을 하며 여자를 떠나게 되는 상황. 하지만 이 대사가 결정적으로 서래가 해준을 다시 찾게 만듭니다. 그의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서래가 마지막에 해준에게 한 말입니다.

서래는 해준이 미결된 사건 사진을 집에 붙여놓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미결 사건이 되어 해준의 머리에 남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게 그녀 또한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두 번째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결말은 가슴이 찡하도록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깊은 여운이 남고 싶은 분, 영화의 장치들을 찾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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